면허를 따고 손도 안 댔던 장롱면허였어요. 진짜 그랬거든요. 면허를 따긴 했는데 차를 몰 자신이 없어서 자꾸 뒤로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던 거 같아요. 주변 친구들은 자기 차를 타고 놀러 다니는데 나만 항상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고, 운전면허가 있으면서도 못 쓰는 게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요.
특히 남친이랑 데이트할 때 더 미안했어요. 회사원이 된 후로는 더 심했는데, 야근해서 지친 상태인데 자꾸 "차 있잖아, 한 번 운전해봐" 이러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진짜 죄책감이 들었어요. 면허는 있는데 운전을 못하니까 당연히 남이 운전을 해야 하는 거고, 그게 얼마나 민폐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요.
결국 올해 초 마음을 먹었어요.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번엔 꼭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운전연수 학원을 찾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이랑 네이버에 "서울 강남 운전연수" 이렇게 검색을 엄청 많이 했어요. 후기들을 읽어보니까 학원마다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어떤 곳은 강사가 너무 엄하다고 하고, 어떤 곳은 너무 편안하다고 했어요.

결국 강남 언주로 근처에 있는 운전연수 학원으로 정했어요. 이유는 첫째, 우리 집에서 가깝다는 게 큰 이유였고, 둘째는 후기에서 "너무 두렵지 않게 가르쳐주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거든요. 격식 있게 설명하는 평가들보다는 진짜 편안한 경험을 설명하는 후기들이 많았어요.
첫날은 오전 10시에 학원에 도착했어요. 차는 흰색 코나였는데 작고 귀여웠어요. 강사 선생님은 50대 정도의 남자분이셨는데 첫 인사부터 웃으시면서 "처음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라고 해주셨어요. 그 말 한마디가 진짜 많이 도움이 됐어요.
첫날은 주로 동네 도로에서 돌았어요. 강남대로는 안 나갔고 언주로와 도산대로 근처의 한적한 도로들이었어요. 핸들을 잡자마자 손이 떨렸거든요. 가속페달을 밟는데 차가 움직일 때의 그 공포감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ㅠㅠ
"천천히 가세요, 맞는 페달 밟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강사님이 계속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이 너무 안심이 됐거든요. 첫날은 차선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고,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것도 너무 어려웠어요. 그냥 겨우겨우 한 시간을 견디고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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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마음이 좀 편했어요. 첫날을 견뎌내니까 두 번째는 더 할 만할 것 같았거든요. 이날은 오후 2시 시작이었는데 날씨가 흐렸어요. 흐린 날씨가 이상하게 더 집중을 잘 하게 했어요.

둘째 날부터는 조금 더 큰 도로에 나갔어요. 강남대로에도 나가고, 신논현역 교차로도 지나갔어요. 특히 신논현역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할 때 옆에서 자동차가 계속 끼어들려고 해서 진짜 긴장이 됐어요. 강사님이 "신호 확인 잘하셨어요, 좋습니다"라고 해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진짜 자신감을 줬어요.
셋째 날은 가장 도움이 많이 됐던 날이었어요. 이날은 아침 9시에 수업이 시작됐는데 새벽같이 일어나서 준비했어요. 강사님이 "이제 거의 다 됐어요, 마지막 수업이니까 열심히 해봅시다"라고 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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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은 낙성대역 근처 도로까지 나갔어요. 거기서 차선 변경 연습을 많이 했는데, 강사님이 "좌측 미러 먼저 확인하고, 방향지시등 켜고, 그 다음에 움직여요"라고 타이밍을 정확히 짚어주셨어요. 그 팁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셋째 날에는 실수도 많이 했어요. 한 번은 신호를 놓쳐서 마지못해 우측으로 꼬아야 했거든요. 근데 강사님은 "아, 괜찮습니다, 다음에는 신호 보고 갑시다" 이 정도만 말씀해주셨어요. 혼내지 않아서 오히려 더 고마웠어요.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진짜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떨리고, 떨렸던 것도 있고,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이 섞여 있었거든요. 면허는 있었는데 못 쓰던 내가 이제 좀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업을 받기 전에는 정말 차를 타려면 몸에 힘이 들어갔어요. 손떨림, 목 근육 경직, 이런 게 다 있었거든요. 근데 수업을 받고 나니까 확실히 달라졌어요. 물론 아직도 긴장하지만, 그게 나쁜 긴장은 아닌 것 같아요.
수업을 받은 지 일주일 뒤에 처음으로 혼자 차를 모니 타봤어요. 강남대로가 아니라 우리 집 근처의 조용한 도로를 돌았는데, 손가락 끝까지 신경 쓰면서 몰았거든요. 신호도 맞춰 가고, 차선도 유지하고, 차간거리도 보고... 그렇게 30분을 돌았는데 진짜 집중력이 다 떨어졌어요 ㅋㅋ
근데 그 30분 운전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게 생겼거든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가끔 "이 길은 좀 어렵네", "이 신호는 헷갈리네" 이런 게 있어요. 근데 처음처럼 파니 하지는 않아요. 그냥 천천히 가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포기하지 않은 내 자신이 정말 대견해요. 정말 그래요.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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