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강남역 근처 사거리에서 차량 사고가 났습니다. 신호를 건너던 중 우회전 차량과 부딪혔는데,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 일 이후로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운전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손이 떨렸거든요.
처음 6개월은 약물 치료도 받았는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심리상담사한테 상담도 여러 번 받았고, 가족들도 천천히 다시 시작하라고 했지만 겁이 너무 컸습니다. 특히 고속도로나 큰 도로에서 차선 변경할 때를 생각만 해도 불안감이 심했어요. 남편이 출퇴근할 때 항상 남편 차에 타거나, 아니면 택시를 타야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마음을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도 자라면서 엄마가 운전을 못 한다는 게 불편해 보였고, 남편도 매번 운전을 다 해야 하니까 피곤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에서 강남 방문운전연수를 검색했더니 강남역, 논현역, 삼성역 근처에 여러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전화로 상담을 받아보니 가격이 제각각이었는데, 12시간 기준으로 50만원에서 70만원 사이였습니다. 트라우마가 있는 거 같다고 솔직히 말했더니 베테랑 선생님을 매칭해준다고 했어요.
저는 사고 경험이 있다는 걸 강조했고, 고속도로 운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상담원이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이 계신데 트라우마 학생들도 많이 봐오셨다"고 소개해줬습니다. 결국 55만원을 내기로 했고 3일에 걸쳐 총 12시간 코스를 예약했습니다.
첫 날 아침 9시에 차가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분위기가 정말 차분했습니다. 처음부터 "사고 경험 있으신 거 알고 있습니다. 천천히 해보겠습니다. 급할 거 없어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1일차 처음 2시간은 강남대로에서 출발했습니다. 차선이 넓고 신호가 규칙적인 도로부터 시작했는데, 역시 손이 떨렸습니다. 선생님이 옆에서 "깊게 숨을 쉬고 천천히 시작해보세요. 옆 차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계속 말씀해주셨어요. 처음 30분은 정말 엄청 천천히 갔는데, 주변 차들이 자꾸만 신경 쓰여서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차 운전자들은 당신을 신경 안 써요. 다 자기 길 가는 거예요. 당신이 신호 맞춰서 천천히 가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 말이 진짜 도움이 됐어요. 마음이 좀 풀리면서 속도를 조금씩 올릴 수 있었습니다. 1일차 마지막 30분에는 우회전도 해봤는데, 처음 우회전할 때 가슴이 철렁했지만 잘 넘어갔습니다.
2일차는 본격적인 고속도로 연습이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을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보냈습니다. 영동대로를 타고 강변 방향으로 나갔는데, 처음에 나들목에 진입할 때 손가락 끝이 저렸습니다 ㅠㅠ 선생님이 "깜빡이를 먼저 켜고,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동시에 본 다음 아주 천천히 핸들을 꺾으세요. 급하게 하지 마세요" 라고 반복해주셨어요.
고속도로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차선 변경이었습니다. 뒤에서 트럭이 오는 거 같으면 정말 손가락이 푸르르 떨렸거든요. 선생님이 "트럭이 무서워하시나 봐요. 트럭은 느리니까 오히려 편하게 들어가세요. 핸들을 조금만 꺾어도 충분히 이동해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방법으로 차선 변경을 여러 번 연습했습니다. 4시간 정도 지났을 때쯤엔 손도 덜 떨리고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3일차는 마지막 4시간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압구정로와 신사동 쪽 일반도로에서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는데, 진짜 좁은 공간이었거든요. 선생님이 "평행주차는 천천히 해보세요. 우회전을 할 때 핸들을 반바퀴 꺾고, 한 바퀴 꺾은 후 역시 천천히" 라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엔 3번 다시 빼고 들어갔지만, 마지막에는 성공했습니다.
3일차 오후에는 남편이 함께 차에 탔습니다. 남편 앞에서 운전하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선생님이 "배우자 앞에서 운전하면 더 조심스럽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래도 자신감 가지세요"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강남역에서 출발해 신논현역 근처까지 갔는데, 신호도 잘 맞춰서 지나가고 차선 변경도 부드럽게 했습니다. 마지막에 차를 멈춰 세웠을 때 남편이 "와, 정말 잘했어" 라고 말해줬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12시간 총 55만원의 비용이었는데, 내돈내산으로 받으면서 정말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고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 치료비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거든요. 선생님의 침착한 태도와 맞춤형 지도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은 연수 끝난 지 3주째입니다. 매일 운전하고 있고, 고속도로도 혼자 타고 다닙니다. 처음엔 한 차선만 유지하고 집중했는데, 이제는 차선 변경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요. 아직 완전히 불안감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합니다. 비슷한 트라우마를 가지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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