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서울 여기저기를 여행 다니고 싶은데 항상 남편이 운전을 했습니다. 신혼 3년을 그렇게 보냈거든요. 저는 옆에 앉아 카카오맵만 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남편이 '아기 하나 더 생기면 너도 운전해야 해' 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지난해 아기를 한 명 더 낳았는데 정말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아이 둘을 데리고 어디를 가려면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했거든요. 혼자서 아이들 데리고 강원도 할머니 댁도 가야 하고, 남편이 야근할 때 아이들 유치원 픽업도 해야 했습니다.
노원은 우리 집이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 운전연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가깝고 같은 지역에서 배워야 실제 운전할 때도 편할 것 같았거든요. 네이버에 노원 초보운전연수 검색했을 때 여러 업체가 나왔는데 대부분 45만원대였습니다. 저는 12시간 코스를 선택했는데 가격은 48만원이었습니다.

예약할 때 상담사가 정말 친절했습니다. 아이 둘이 있고 시간이 제한적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토요일 오후와 평일 저녁을 조합해서 일정을 짜주셨거든요. 금요일, 토요일, 월요일, 화요일에 걸쳐 3시간씩 4일을 받기로 했습니다.
첫 금요일 저녁 6시, 선생님이 학원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40대 남성 강사였는데 분위기가 편했어요. 처음 아이들도 왔었는데 선생님이 '아이들도 엄마 응원하겠네요' 하면서 반겨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근처 노원역 이면도로에서 시작했는데 신호도 적고 차도 많지 않아서 기초를 닦기에 좋았습니다.
첫 30분은 정말 조심스러웠습니다. 손도 떨렸거든요 ㅠㅠ 그런데 선생님이 '차가 나를 따라간다는 생각보다 나랑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해봐요' 라고 하셨는데 그 말 하나로 긴장이 풀렸습니다. 나머지 2시간 반은 꼬마여행을 다니는 기분으로 운전했어요.
토요일 오후는 주차 연습이 메인이었습니다. 노원역 지하주차장에서 후진 주차를 연습했는데 너무 안 됐어요 ㅠㅠ 거리감이 아예 안 잡혔거든요. 선생님이 '한국인들 다 여기서 애먹어요' 라고 하면서 웃으셨는데 그 얘기가 위로가 됐습니다. 5번을 반복해서 들었다가 뺐다 반복했는데 마지막엔 깔끔하게 주차했습니다.

월요일 저녁은 강북 큰 도로 연습이었습니다. 화랑로, 노원로 같은 4차선 도로에서 차선 변경 연습을 했거든요. 선생님이 '좌회전 신호 때 왼쪽 사이드미러 먼저 확인, 그 다음 백미러, 마지막으로 헤드 회전' 이렇게 정확하게 순서를 알려주셨습니다. 처음엔 복잡했지만 반복하니까 몸에 배었어요.
화요일 마지막 3시간은 실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낮 시간대라 차도 많고 신호도 많았거든요. 태릉로터리도 한두 번 돌았고, 월계역 4거리에서도 좌회전했습니다. 마지막 30분은 아예 제 마음대로 운전하게 했는데 동묘 쪽까지 혼자 운전해서 갔어요. 도착했을 때 선생님이 '충분히 하실 수 있어요' 라고 하셨는데 그 말에 눈물이 났습니다.
4일 12시간 총 비용은 48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싼 가격입니다. 왜냐하면 이 비용으로 나머지 인생의 자유를 샀거든요.
연수 끝나고 2주가 지났는데 이미 남편 없이 강원도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손잡고 할머니 댁 운전도 했고, 어제는 혼자 아이 둘 데리고 롯데몰도 갔어요. 남편이 '이제 넌 독립적인 여자가 됐네' 라고 하더라고요. 내돈내산 최고의 투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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