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면허를 딴 지 햇수로 벌써 12년이나 됐습니다. 대학생 때 면허는 땄지만 서울에서 살면서 대중교통만 이용하다 보니 운전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이 워낙 운전을 좋아하고 잘해서 딱히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주말 나들이나 장 볼 때도 남편 차를 타고 다녔으니 불편함이 없었죠.
문제는 남편이 부서 이동 후 야근이 많아지고 주말에도 급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아이가 둘이라 병원 갈 일도 많고,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리거나 택시 잡으려고 진땀 빼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한 번은 새벽에 아이가 갑자기 열경기를 해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남편은 출장 중이고 택시도 안 잡혀서 정말 울 뻔했습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아, 내가 운전을 배워야겠다' 하는 강한 결심을 했습니다. 더 이상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마트 좀 가줘', '병원 좀 데려다줘' 하는 말도 이제는 죄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부터 폭풍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초보운전연수를 검색하니 역시나 업체가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집 근처에서 받을 수 있는 방문연수를 선호했습니다. 여러 곳을 비교해보니 10시간 기준 30만원대 후반에서 40만원대 초반이 주류였습니다. 너무 싼 곳은 좀 불안하고, 너무 비싼 곳은 부담스러워서 중간 가격대의 괜찮은 곳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곳은 40만원에 10시간 연수였습니다. 강사님들 평이 하나같이 '친절하다',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해준다'는 내용이 많아서 끌렸습니다. 특히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장롱면허 중의 장롱면허라 꼼꼼한 설명이 중요했거든요. 전화 상담도 친절해서 바로 예약했습니다. 드디어 저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무서웠습니다.
첫째 날, 강사님이 오시자마자 제 차의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12년 만에 잡는 핸들은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강사님은 제게 '겁먹지 마세요, 누구나 처음은 다 똑같아요' 하시며 차분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저희 집이 있는 송파구 잠실동 이면도로에서 출발, 운전 자세부터 페달 밟는 법, 핸들 돌리는 법 등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익혔습니다. 브레이크 밟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차가 자꾸 꿀렁거렸습니다.
오후에는 조금 더 복잡한 잠실새내역 사거리 쪽으로 나갔습니다. 신호등이 많고 유동 차량이 많아서 긴장 백배였습니다. 우회전할 때 보행자 신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좌회전할 때 핸들을 언제 돌려야 하는지 헷갈렸습니다. 강사님이 '지금 보행자 신호 끝났으니 천천히 진입하고, 핸들은 저 앞 차가 거의 빠졌을 때 돌려요' 라고 귀에 쏙쏙 박히게 알려주셨습니다. 몇 번 반복하니 조금씩 감이 왔습니다.
둘째 날은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주말이라 차가 많았는데, 주차 연습에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후진 주차, 전면 주차, 그리고 평행 주차까지. 특히 평행 주차는 제가 제일 어려워했던 부분인데, 강사님이 '오른쪽 사이드미러에 뒤차 헤드라이트가 보일 때 핸들을 끝까지 돌려요'라고 공식처럼 알려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삐뚤빼뚤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한 번에 성공했습니다! ㅠㅠ

셋째 날은 강동구 쪽으로 나가 올림픽대로 진입 연습을 했습니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많아서 조금 무서웠지만, 강사님이 '흐름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내세요'라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고속도로 합류 지점에서 차선 변경하는 게 정말 어려웠는데, 강사님이 '뒤에서 오는 차와의 거리를 여유 있게 보면서, 거울에 차가 작게 보일 때 진입하세요'라고 팁을 주셔서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넷째 날은 제가 아이들과 자주 가는 어린이대공원 쪽 도로를 운전했습니다. 평소 익숙한 길을 제 손으로 직접 운전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강사님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속도를 더 줄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해주셨습니다. 연수 마지막에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몇 번 더 주차 연습을 하고 끝냈습니다. 진짜 땀범벅이었지만,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연수 후 가장 크게 바뀐 건 저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제는 남편이 바쁘다고 해도 제가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도 가고, 마트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남편 없이 가까운 근교로 피크닉도 다녀왔습니다. 더 이상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정말 큰 해방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저도 운전하는 여자입니다!
12년 장롱면허의 설움을 한 번에 날려준 연수였습니다. 40만원이라는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친절하고 꼼꼼한 강사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는 저 스스로도 운전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저처럼 오랜 장롱면허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분들께 이 연수를 정말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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