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면허를 땄습니다. 당시만 해도 신혼생활을 시작하면 운전을 해야겠지 싶었는데, 벌써 9년이 훨씬 넘어갔습니다. 장롱면허라는 단어는 저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버스로 학교를 데려다주기도 복잡했고, 아이 친구들 부모님들은 자기 차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차를 타고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한심해 보였습니다.
가장 문제는 직장입니다. 저는 서울 도심에 사는데, 새로운 부서 배치가 나면서 일산으로 가게 됐습니다. 회사 차로 출장을 가는데, 항상 남편이나 동료가 운전해야 했습니다. 회의실에서 "누가 운전해줄 사람 있나?"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올해 초, 남편이 "이제 운전연수 받아야 하지 않냐?" 라고 말했습니다.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현실로 마주하게 되니 막 막혔습니다. 하지만 아이 생각, 직장 생각을 하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장롱면허 운전연수" 라고 검색했습니다. 서울에만 해도 엄청 많은 학원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는데, 기본이 30만원부터 시작해서 100만원까지 있었습니다. 저는 일산까지 가야 하니까 일산 근처 학원을 찾았습니다.
일산의 한 도로운전학원을 선택했습니다. 가격은 50만원이었습니다. 상담할 때 원장님이 "장롱면허 9년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드릴 거예요" 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 수업은 목요일 오후였습니다. 학원 주차장에서 시작했습니다. 핸들을 잡는 것 자체가 이렇게 어색할 줄 몰랐습니다. 9년 전에 배웠던 감각이 전부 없어져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차 감각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네요.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됐습니다. 남편한테나 동료들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이, 그냥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배우면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날에는 학원 근처 한적한 도로에서만 돌았습니다. 신호등도 별로 없는 곳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사이드미러, 백미러를 자주 봐야 합니다. 양쪽을 계속 확인해야 해요" 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2일차는 일산 도로의 조금 더 큰 도로에서 연습했습니다. 일산의 호수공원로는 정말 차가 많았습니다. 신호등도 많고, 교차로도 복잡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무섭더라고요 ㅠㅠ
좌회전을 배웠을 때 맞은편 신호와 보행자 신호를 동시에 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9년 전에 면허 시험은 통과했는데, 실제 도로에서 필요한 판단력이 정말 복잡했습니다. 강사님이 "당신이 틀린 게 아닙니다. 실제 도로가 이렇게 복잡합니다"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2일차 오후에는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일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이었습니다.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 구조였거든요. 처음 후진 주차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차가 옆으로 나오지 않아서 3번이나 다시 빼야 했습니다.

강사님이 "사이드미러에서 선이 몇도 보이면 핸들을 꺾으라는 건 정확한 각도를 못 찾을 거예요. 그냥 옆 차와의 거리를 체크하면서 천천히 가세요" 라고 했습니다. 이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기계적인 방법보다는 감각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셔서 훨씬 빨리 늘었습니다.
3일차는 실제 일산으로 가는 길을 운전했습니다. 저의 회사 건물이 있는 마지막 길까지 가봤습니다. 고속도로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일반도로로 도시를 가로질렀습니다. 신호등도 많고, 차선도 복잡했지만, 강사님이 계속 옆에서 지도해주셔서 어느 정도 가능했습니다.
회사 지하주차장 입구 앞에서 정지했습니다. 강사님이 "여기서 한 번 주차해보세요" 라고 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이 좁아서 긴장했지만, 강사님의 지도로 무사히 주차했습니다. 첫 시도에 성공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4일차는 금요일이었는데, 이번엔 강사님이 거의 말을 안 하셨습니다. 제가 운전하고, 필요할 때만 "좋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시간이 됐을 때 강사님이 "이제 충분히 도로에 나가실 수 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이렇게 고마울 줄 몰랐습니다.
총 비용은 50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9년 동안 못했던 운전을 4일 만에 배웠습니다. 회사 출장도 혼자 다닐 수 있고, 아이 학교도 직접 데려다줄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가성비 좋은 투자였습니다.
지금 저는 매일 즐겁게 운전합니다. 출장 가면서 남편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회의실에서 운전자를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엄마도 운전을 할 수 있구나" 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제일 좋습니다.
내돈내산 솔직 후기입니다. 장롱면허가 몇 년 된 분이라면, 정말 운전연수를 추천합니다. 9년은 너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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