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땐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이들 낮 시간 운송용으로만 쓰고 해가 지면 절대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밤에 도로를 보면 정말 무섭더라고요. 가로등도 불충분한 것 같고, 맞은편에서 오는 차의 불빛도 신경 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롱면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친구들이 밤 9시에 회식을 가자고 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가고 싶었지만, 밤 운전을 못 하니까 항상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날도 결국 갈 수가 없었는데, 그때 정말 답답했어요. 자기 인생 주도권을 못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당에 있는 야간운전연수 학원을 찾아봤습니다. 야간 전문 과정이 있는 곳도 있고, 일반 과정에서 저녁을 포함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가격은 4일 12시간에 42만원이었습니다. 후기를 보니 밤 운전의 공포를 확실히 없애준다고 해서 선택했습니다.
예약할 때 남성 강사님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밤 운전이니까 조금 더 강한 성격의 선생님이 좋을 것 같았거든요. 학원에서 바로 남성 강사님을 배정해주셨습니다.
1일차는 황혼 시간대인 오후 6시에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가로등도 켜지고 차의 헤드라이트도 켜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처음부터 어두운 시간에 들어가지 말고, 점진적으로 적응하는 게 좋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에 안심이 됐습니다.

분당 신도시 도로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도로는 가로등이 많아서 밝은 편이었습니다. 강사님이 낮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전조등이 시야를 조금 방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강사님이 그 불빛을 피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 불빛을 활용해서 거리감을 잰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맞은편 차의 헤드라이트가 보이면 그 차가 지금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1일차 후반에는 밤 8시쯤 이미 해가 완전히 진 상태였습니다. 좀 더 어두운 도로에 나갔습니다. 강사님이 사이드미러와 백미러 확인이 낮보다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미러 조정도 낮과 조금 달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각지대가 더 크니까요.
2일차는 진짜 밤 10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 10분은 떨려서 혼날 정도였어요. 강사님은 이걸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간에 가장 어두운 길을 가면서 적응하는 거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분당 내곡동 쪽 비교적 차 적은 도로로 나갔습니다.
밤 도로에서 제일 무섭던 건 맞은편에서 오는 트럭의 헤드라이트였습니다. 갑자기 강한 불빛이 들어오니까 눈이 부셨거든요. 강사님이 그럴 땐 화면 아래쪽을 봐요, 마지막까지 차를 통과할 때까지 상향등은 켜지 마요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또 한 가지 배운 건, 속도를 좀 더 늦춘다는 거였습니다. 낮보다 5km 정도 느리게 가는 게 안전하다고 했어요.
2일차 후반에는 분당역 로터리 부근을 운전했습니다. 이곳은 차도 많고 복잡했습니다. 밤 11시였는데도 차가 계속 왔다 갔다 했습니다. 강사님이 밤에도 도시 중심가는 이렇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운전해야 할 상황을 경험하라는 의도인 것 같았습니다.

3일차에는 분당을 넘어서 용인 방면으로 나갔습니다. 도로가 조금 더 어두웠습니다. 강사님이 이제는 제일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가로등이 띄엄띄엄 있는 도로라고요. 저는 집중을 꽉 했습니다.
이 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갑자기 앞에서 작은 동물이 나타났습니다. 강사님이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했고, 저는 반사적으로 밟았습니다. 동물은 잠시 우리 차 앞에서 멍하다가 옆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강사님이 이런 상황이 밤에 일어날 수 있으니까 항상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정말 현실감 있는 교육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4일차 마지막 날에는 내가 자주 가는 길을 밤에 운전했습니다. 낮에는 익숙한 길인데, 밤이 되니까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3일간 적응했으니까 더 이상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강사님이 충분히 혼자 다닐 수 있다고 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4일 12시간 과정 비용은 42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5년 동안 밤에 못 나갔던 삶을 생각하면 정말 값어치 있는 투자였습니다. 이제는 밤 회식도 혼자 가고, 아이들 야간 병원도 직접 데려가고,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저녁 준비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운전합니다. 밤 운전이 여전히 낮보다는 조심스럽지만,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은 아닙니다. 장롱면허 5년이 이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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