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를 따고 정확히 8년을 손도 놓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곧 운전하겠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무서워지더라고요. 강남에서 강남으로만 다니다 보니 지하철과 버스만 타고 있었고, 남편은 항상 저를 운전사처럼 태워주고 다녔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남편이 지방 프로젝트에 3개월 동안 가게 된 거예요. 그동안 아이 학원 데리고 다니는 것도, 마트 가는 것도 엄마한테 부탁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엄마가 "딸아, 면허 있잖아. 이번 기회에 운전 배워봐" 하셨을 때 정말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네이버에 '강남 방문운전연수'를 검색했을 때 정말 많은 업체들이 나왔습니다. 10시간 과정이 기준인데 가격대가 38만원부터 55만원까지 다양했습니다. 저는 자차로 연습할 수 있는 방문연수를 선택했는데, 어차피 내 뉴그랜저로 다닐 건데 그 차에 익숙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첫 상담 때 강사님이 오셨는데 50대 중반 남자분이셨습니다. 억양으로 봐선 동남쪽 출신이신 것 같았는데, 아주 차분하고 친절한 분이셨습니다. "처음엔 집 앞에서 차 감각만 다시 익혀볼까요" 하셨을 때 정말 마음이 놓였습니다.
1일차 아침 9시에 레슨이 시작됐습니다. 차에 앉는 순간 손이 떨렸어요. 핸들을 잡으니까 8년 만에 처음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강사님이 "일단 브레이크 페달 밟아보세요, 몸에서 나오는 반응을 느껴보세요" 라고 하셔서 15분을 그냥 페달만 밟고 있었습니다 ㅋㅋ

처음 30분은 아파트 단지 내 이면도로에서 보냈습니다. 속도는 시속 10km 정도로 가다가 자동으로 정차되는 느낌으로요. "너무 천천히 다시 출발해보세요. 반클러치 조금 더 올려서요" 강사님의 말씀대로 하니까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1시간 30분이 지나서 강남역 근처 테헤란로라는 큰 도로로 나갔습니다. 차들이 쭉 밀려있었는데 정말 떨렸습니다. "이 정도면 나가도 되니까, 깜빡이 먼저 켜고 천천히 차선을 바꿔요" 강사님이 손짓으로 보여주셨을 때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처음 차선 변경은 3번을 다시 했어요 ㅠㅠ
2일차는 오후 2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은 마음이 놨던 것 같았습니다. 강사님이 "오늘은 좌회전을 연습해 볼까요" 하셨는데 정말 그게 제일 무서웠던 것 같았습니다. 맞은편 차들을 보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어쓰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거든요.
강남역 사거리에서 처음 좌회전을 했습니다.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고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 게 보였는데, 강사님이 "괜찮아요. 속도 유지하고 핸들 부드럽게 꺾으세요" 라고 해주셨을 때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좌회전을 성공하고 나니까 기분이 정말 달랐습니다.
2일차 후반부에는 아모레퍼시픽 빌딩 근처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후진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거리감이 안 잡혀서 처음엔 사이드미러만 봤는데 강사님이 "뒤를 직접 돌아서도 봐야 해요. 오른쪽 어깨 넘어서" 라고 하셨을 때 드디어 이해가 됐습니다.

3일차는 6시간 레슨이었습니다. "오늘은 한강로를 나가 볼까요" 강사님이 말씀하셨을 때 내심 떨렸습니다. 왕복 6차선에 차들이 정말 빨리 다니는 도로니까요. 하지만 그날 아침부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거 하면 이제 정말 운전 가능하겠다" 하는 생각으로.
한강로에서의 2시간은 정말 알찼습니다. 차선 변경을 무려 10번은 했던 것 같아요. 우회전, 좌회전, 유턴까지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특히 이촌역 부근에서 갑자기 앞차가 유턴하려고 할 때 "브레이크부터 밟으세요. 지금은 충분한 거리 있습니다" 라는 강사님 말씀에 얼마나 안심했는지 몰라요.
마지막 1시간은 집 주변 도로와 집 앞 주차까지 연습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서 대형차가 오는데 피해야 할 때 정말 손에 땀이 났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정도보다 훨씬 잘하고 있어요" 라는 강사님 말씀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총 비용은 42만원이었습니다. 처음엔 적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절대 비싸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8년간 못 했던 운전을 3일 만에 기초를 다질 수 있었으니까요. 내돈내산이고 정말 후회 없는 투자였습니다.
지금은 연수가 끝난 지 2달이 되었는데, 저는 거의 매일 운전합니다. 아이 학원 데리고 다니고, 주말에 가족끼리 한강공원에도 가고, 지난주에는 아빠를 공항에 데려다주기까지 했습니다. 남편이 제일 놀라워하는데 "정말 달라졌네" 라며 계속 칭찬해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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