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에 들어가면 가슴이 철렁하면서 어지러워집니다. 갑자기 하늘이 보이지 않고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느낌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6년을 운전할 때마다 남편한테 "여기 터널 있으니까 너 운전해"라고 했습니다. 결혼 초반에는 남편도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짜증 내기 시작했어요.
"넌 뭐가 문제냐고. 운전면허도 있잖아"라고 직접 물어봤을 때 제가 터널 공포증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그러고 3일 뒤에 운전연수 강사 연락처를 주면서 "이거 받아"라고 했습니다 ㅠㅠ 처음엔 섭섭했지만, 생각해보니 남편이 맞더라고요.
인터넷에 "터널 공포증 운전연수"라고 검색했어요. 신기하게 그런 전문 강사가 있더라고요. 노원에 있는 곳이었어요. 가격은 4일 16시간 코스가 55만원이었습니다. 좀 비싸 보였지만 남편이 카드를 주면서 "받아야 한다"고 했어요 ㅋㅋ
첫 상담에서 강사분이 "터널이 정말 무서워요?"라고 물었어요. 제가 "네, 숨이 막혀요"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아 폐쇄공포증이 있으신 거네요. 우리 천천히 해봅시다. 터널이 원래 무섭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라고 했어요.
1일차는 터널이 없는 노원 동부간선도로에서 시작했어요. 기초부터 다시 했거든요. "6년을 운전했으면 기술은 있습니다. 근데 우린 심리를 고쳐야 해요"라고 했어요. 첫 시간은 일반 도로에서 정상 운전을 하면서 제 운전 습관을 관찰했습니다.

그 다음에 "이제 짧은 터널부터 갈 거예요"라고 했어요. 노원 이면도로에 있는 작은 터널이었어요. 정말 작은 터널, 2차선짜리 터널이었거든요. 길이도 100미터 정도 짧은 거였어요. 처음엔 진짜 무섰어요. 진입 전에 선생님이 "숨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나가세요. 이건 짧으니까 20초 정도면 나옵니다"라고 했어요.
그렇게 20초를 센 거예요. 진짜 20초였어요. 터널 나오니까 뭔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ㅋㅋ 선생님이 "좋습니다. 한 번 더 갈까요?"라고 했어요. 2번째는 훨씬 괜찮았어요. 3번째, 4번째... 그 작은 터널을 7번을 지나갔어요. 마지막엔 진짜 괜찮았어요.
2일차에는 중간 크기의 터널로 갔어요. 동부간선도로의 터널이었어요. 길이가 1.5km 정도였거든요. 훨씬 길고 어두웠어요. 진입할 때 가슴이 또 철렁했지만, "어제 작은 거 했잖아요. 이것도 같아요. 그냥 천천히"라고 했어요.
정말 천천히 들어갔어요. 조명도 봤고 앞의 자동차도 봤고 내 속도도 조절했어요. 1.5km를 2분 정도에 걸쳐서 갔거든요. 아주 천천히. 나갔을 때 진짜 뭔가 쾌감이 있었어요. 숨을 헉헉거렸는데 "I did it"이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선생님이 "이제 밤이에요. 어두운 시간에 한 번 더 가봅시다"라고 했어요. 저녁 8시였어요. 같은 터널을 밤에 다시 갔거든요. 밤에는 조명이 더 중요했어요. 앞의 자동차 불빛이 더 또렷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들어가서 나올 수 있었어요.

3일차에는 "이제 한강로의 터널을 가볼 거예요"라고 했어요. 한강로에는 여러 개의 터널이 연달아 있거든요. 하나 나가고 또 하나 들어가고... 하는 식으로요. 처음엔 "아 이건 못 할 것 같은데"라고 했어요. 근데 선생님이 "하나씩이에요. 지금 눈 앞의 터널 입구만 봐요"라고 했어요.
정말 그렇게 했어요. 한 개씩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했어요. 7개 터널을 다 지나갔거든요. 3번을 했어요 이 코스를. 첫 번째는 숨이 막히고 손도 떨렸지만, 3번째는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마치 터널이 문제가 아닌 것처럼요.
4일차 마지막 날에는 "광주 방향 고속도로를 가볼 거예요"라고 했어요. 광주 고속도로에는 긴 터널들이 많아요. 3km짜리 터널도 있고 그래요. 처음엔 정말 무섰어요. 1시간 정도 그 길을 다녔는데, 처음에는 공포가 있었지만 자꾸 다니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마지막에 가장 긴 터널을 3번 갔어요. 진짜 3km짜리 터널이었어요. 3분 정도 걸리는 터널이거든요. 처음엔 반쯤 들어갔을 때 "아 이건 영원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남은 거 1.5km, 1분 반이에요. 천천히만"이라고 하셔서 그 말만 생각했어요.
나갔을 때 정말 뭔가 달라진 거 같았어요. 마지막에 선생님이 "이제 터널을 봐도 두렵지 않으실 거예요. 익숙함이 두려움을 이겨요"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 말이 맞았어요.
지금은 연수 끝난 지 1주일입니다. 매일 운전 중이고 터널도 자주 다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터널이 그냥 도로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져요.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지만, 이젠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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